New: patiAll contenthive-129948hive-196917krhive-150122hive-180932zzanhive-185836steemhive-183959hive-144064hive-188619hive-183397hive-166405photographyhive-101145uncommonlabhive-109690hive-103599hive-145157hive-139150photohive-180301hive-170554hive-184714hive-150943TrendingNewHotLikersyunta (59)in krsuccess • 2 days ago조연 배우이야. 저 배우는 정말 ‘배우처럼’ 생겼는데? 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조연 배우의 얼굴을 보고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전형적인 미남형은 아니지만 워낙 개성이 뚜렷해서 일상에서 마주친다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그런 얼굴이었다. 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배우를 해야 될 것 같아. 그러게.…yunta (59)in krsuccess • 4 days ago한낱 꿈일 뿐이라고쿼크가 입자가 아닌 정보(data)라는 이론을 소개한 영상을 보았다. 이 세상을, 이 우주를 이루는 가장 작은 바탕이 물질이 아니라 데이터라니. 나의 몸을 이루는 본질 또한 물질이 아닌 정보라니. 직관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환상적이라 그 가설에 푹 끌려들었다. 그 유명한 이중 슬릿 실험도 인간의 관측에 의해 파동과 입자의…yunta (59)in krsuccess • 5 days ago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 2.오후 3시, 지하철 안은 적당히 사람들로 들어차 있었다. 타고 내리는데 불편하지는 않아서 출퇴근 시간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한눈에 봐도 실용적으로 보이는 숄더백을 왼쪽 어깨에 둘러 맨 중년의 백인 여성이 종이책을 읽으며 서 있었다. 관광객은 아닌 듯했다. 차분한 몸가짐과 단정한 옷차림이 근처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온 교수나 강사일 것 같다는…yunta (59)in krsuccess • 6 days ago벼리다“고통이 없어지거나 고통이 작아지기를 바라지 말 것. 오히려 고통에 의해 변하지 않기를 바랄 것.” 시몬 베유, 『노동일지』 _ 고통은, 특히 마음의 고통은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 애벌레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아름다운 변태가 아니라, 한 여름날 잠시 밖에 둔 우유가 쉬이 상하는 것 같은 ‘변질’이다.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고통을 느끼지 않기…yunta (59)in krsuccess • 8 days ago빠르게 맞춘 시계집안에는 시계가 네 개 있다. 책상 위, 책장 사이, 냉장고 문, 그리고 화장실 벽에. 모든 시계를 1~2분 빠르게 맞춰놓았다. 요즘 시계들은 싸구려도 꽤 정확해서 다시 맞출 일이 거의 없다. 언제부턴가 약속시간에 늦는 걸 견딜 수 없게 됐다. 사람을 만나는 횟수도 점점 줄였다. 아예 약속을 잡지 않으면 불안할 일도 없다. 어느 날, 어쩔 수…yunta (59)in krsuccess • 12 days ago곰곰이곰곰이 생각하면 할수록, 난 왜 이렇게 괜찮은 사람인 걸까. 가끔 욱하고, 매사 귀찮아하고, 입 나오고, 돈 없고, 운동 못하고, 책만 펼치면 꾸벅꾸벅 졸고, (못된) 인간은 질색하고, 멸망 영화만 너무 좋아하고, 웬만한 여자보다 손목 가늘고, 존 보냄 보다 드럼 못 치는 거 빼고. _ 덧.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곰곰이’라는 말은 왜 이렇게…yunta (59)in krsuccess • 15 days agoAI 사용기(무료 버전 기준: Copilot, ChatGPT) 10여 년 동안 ‘프로세싱(Processing)’을 활용해 소리에 반응하는 시각 이미지를 만드는 수업을 진행해 왔다. 정식 과목은 아니었고, 나를 만난 기념(행운 혹은 불운)으로, (실은 내가 재미있어서) 간단한 코딩 문법과 예제 파일을 변형하는 법을 알려주며 2~3주간 ‘놀이’처럼 진행했다. 단…yunta (59)in krsuccess • 16 days ago수인 6. 탈옥집안의 창문을 빠짐없이 닫고 형광 노란색 귀마개를 귓구멍 속에 깊숙이 끼워 넣는다.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이 평온해진다. 자유롭다고도 느낀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작은 귀마개 하나로 나 자신을 바깥세상과 격리할 수 있다는 건 마법 같은 일이다. 이 귀마개를 만든 사람이 고맙다. 스스로 내가 만든 감옥에 들어가야 이 세상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yunta (59)in krsuccess • 17 days ago이긴다는 건 웃기지“우리가 이겼어. 팝. 이긴다는 건 웃기지. 누군가는 지는 거니까.” 좀 뜬금없긴 했지만, 별생각 없이 보던 영화의 말미에 툭 튀어나온 이 대사가 마음에 남았다.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투표권을 가진 이들은 무장을 했거나 무기를 다루는 훈련을 한 남자들이었다. 이 전통은 고대 그리스 군대에서 비롯되었다. 로마에서도 100명의 군인들로 이루어진…yunta (59)in krsuccess • last month여름 소리“여름은 시끄러워서 싫어요.” 쉬는 시간이었다. 흡연 구역에서 그와 담배를 피우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이 말을 들었다. 반갑고 놀라웠다. 처음이었다. 나와 같은 이유로 여름이 싫다는 사람을 만난 건. 도시의 여름도 시골의 여름도 모두 시끄럽지만 아무래도 시골이 낫다. 적어도 풀벌레들은 폐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박박 긁어모은 우렁찬 가래침…yunta (59)in krsuccess • last month어쨌든그가 살짝 쥔 주먹으로 가볍게 유리문을 밀었다. 다른 여닫이문들도 그렇게 열었다. 손잡이를 잡지 않고 문을 여는 모습을 보고 그가 더욱 친밀하게 느껴졌다. 나도 문을 그렇게 연다. 그런 그를 (혹은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결벽증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결벽증이 맞을 수도 있다.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부당하고 무례한 것들을 멀리하는 결벽증.…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나도 이제 늙었구나.라고 느낄 때 8.예전에 썼던 주방 가위들은 대개 (아니 전부) 절삭력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붉은 녹이 슬어 오래 쓰지 못했다. 또 이러네. 으레 그러려니 하고 그때마다 가위를 바꿨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붉은 녹이 마치 노인의 얼굴에 피는 저승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검은 저승꽃(검버섯)과 달리 가위날 표면에 핀 저승꽃은 검붉어서 저승꽃이라는 이름과 더욱 어울렸다.…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강박종종 무의식적으로 글을 짧게 쓰는 나를 발견한다. 특히 댓글을 달 때 더 그렇다. 오랫동안 소셜미디어 생활을 하면서 생긴 안 좋은 습관이다. 전업 작가들이 소셜미디어 활동을 피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조사나 용언이 생략되고 떨어져 나간 글들. 글을 읽는 상대방에게 잽을 날리듯 툭툭 던지는 글들. 사람들이 감탄하는 명언을 창조하고 싶은…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존엄1996. 마이클 골든버그 감독.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여자는 어릴 적에 친부모에게 버려졌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를 거두어준 양부는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랑받기를, 사랑하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양부에게 다가갔지만 양부는 얼음으로 지어진 담벼락 같았다. 그녀는 사랑을 경험하지 못하고 삶에 대해 서늘한 마음을 품은…yunta (59)in krsuccess • 2 months ago아마도 그건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 거야. 저녁 일곱 시 반 무렵의 지하철이었다. 퇴근하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한산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 가벼운 등산도 가능할 듯한 편한 옷차림의 중년 남녀가 탔다. 남자는 바로 내 옆자리에, 여자는 남자 옆에 앉았다. 인 이어 이이폰 사이를 뚫고 들리는 그들의 대화로 짐작건대 오래된 부부인 것 같다.…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노동절 단상출근 시간 지하철에 사람들이 이렇게나 적다니. 곳곳에 빈자리가 많았다.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비어있는 맨 끝자리(모두 다 원하는 바로 그 자리)에 앉아 너무나도 쾌적하게 갈… 뻔했다. 세 정거장 지나서 올라탄 한 중년 남성이 날카로운 눈으로 빈자리를 스캔하다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았다. 11자로 다리를 모으고 가장자리에 바짝 붙어 앉은 나의 옆 자리가…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뇌의 흉터클레어 데더러. 평소에 무척 즐겨 듣고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좋아한다. 전문가들은 그 음악이 뛰어나다고 평가한다. 어떤 음악은 인류라는 종이 창조해 낸 ‘위대’한 문화유산이라고 추앙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지다. 그런데 그 음악을 만든 자가 쓰레기 같은, 괴물 같은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도 여전히 그 음악을…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숫자에는친구 1,238명. 갑자기 페이스북 첫 페이지에 쓰여 있는 1238이라는 숫자가 1234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34. 이 깔끔하고 간결한 숫자를 갖고 싶다. 4만 빼내면 된다. 친구 목록을 쭉 훑어보았다. 밑으로 내려 갈수록 소통이 없거나 뜸한 페친들 계정이 뜨니까 그 근처에서 골라내면 되겠지. 페이스북 알고리듬이 바뀌어서 요즘에는…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위계가 없는 간격이 있는우정은 자기에게 음식처럼 필요한 사람을 ‘거리를 두고 지켜보기’를 받아들이는 기적이다. - 시몬 베유. _ 적당한 거리나 공간, 간격이 없는 사랑은 감히 사랑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집착으로 변질되곤 한다. 물론 ‘적당한’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긴 하지만.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사랑은 역시 우정일 듯 싶다. 위계가 없는 사랑.…yunta (59)in krsuccess • 3 months ago툭팔십은 너끈히 넘어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비틀비틀 버스에 오른다. “삑~ 잔액이 부족합니다.” 할머니가 다시 한번 단말기에 카드를 대 보지만 역시 똑같은 소리가 반복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서서 고민하는 할머니에게 버스 기사 아저씨가 그냥 자리에 앉으시라고 말한다. 버스 기사는 할머니가 제대로 앉는 모습을 확인한 다음 출발한다. 저 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