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백(Mulbekh) 마을의 메시아

Mulbekh Monastery

차가 다니는 도로에 아담한 크기의 언덕이 있고 한 쪽 절벽에 9m 정도의 거인이 지붕 뚫린 집에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이리 오라고 손을 들어 반기는 것 같다. 그는 석가모니 다음에 오실 미륵보살이라고 한다. 기원을 살펴보니 기원전 1세기 경 티베트에서 불교가 융성하기 이전에도 물백(Mulbekh) 이라는 이곳 마을에 불교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라다크도 인도에서 티베트로 불교가 전파되려면 거쳐가야 할 지역 중 하나이니까 초기 불교 수행자들의 터가 여러 곳에 자리잡았을 것이다. 지금 이 조각상은 8세기 경에 조성되었다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1975년에 하반신을 가리게 사찰을 개조하였다고 하니 영웅의 카퍼레이드처럼 미륵보살을 설계한 불교 건축가의 재치라고 불러도 될까? 자동차 도로가 생기기 한참 전의 고대에도 여행자들의 길목이었을 것이고 오래된 여정에서 위험을 무릅써야 할 여행자들에게 긴장감과 고단함을 덜어주는 자비의 손짓을 하고 있으니 미륵(Maitreya)의 어원이 자비기 때문이다. 사찰로 들어서서 거대한 미륵 보살을 보면 밖에서 볼 때와 달리 팔이 네 개이다. 밖에서 볼 때는 위의 두 팔이 이리 오라고 손짓하고 안에 들어서면 아래 두 팔을 늘어 뜨려 몸도 마음도 어리석어 아짱아짱 걷고 있는 우리들을 보듬어 안아주려는 마음 좋은 으르신의 자태 같다. 그러나 미륵 으르신은 나보다 한참 젊은 모습이다.

메시아(Messiah) 어원이 미륵이라는 설도 있지만 다음에 오실 구원자라는 기대감에서 그런 것일 테고 거대한 사찰보다 차가 다니는 길에 자리 잡은 이 조그만 사찰이 포근하고 편안하게 느껴진다. 포카르 종으로 향하는 길에 잠시 스쳐가기엔 한참 아쉬운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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