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영글면 쪄가지고 아버지 보러 가자steemCreated with Sketch.

in zzan •  17 days ago 

새벽 3시쯤인가 보다 가뿐 숨을 힘겹게 몰아쉬시며 힘들어하신다.
역시 가슴에는 열불이 난다며 냉장고에 시원한 게 있나 보란다.
콜라 베지밀 수박 간 거 된장국 국물 냉면 국물 등등을 쭉 열거를 한다.
냉면 국물이 당첨되었다.

냉장고에서 냉면 국물을 컵에 따라 빨대를 담가 어머니 입에 대 드린다.
쭉 빨아 들이키시며 시원하다는 말씀을 연발한다.
그리고 콜라도 반자쯤 더 드시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며 다시 주무시겠다고 한다.

꺼진 선풍기를 다 시켜 드리고 불을 끄고 나도 눕는다.
어머니는 속이 탄다고 등에서 불이 난다고 덥다고 난리다.
에어컨을 틀어 드리면 좋을 텐데 그건 또 막무가내로 못하게 하신다.
등짝이 덥지 속이 덥지 다른 데는 안 더워하시는데 내가 봐도 손발은 찬기운이 들어 속상하다.

다섯 시쯤 옥수수 밭에 가기로 했으나 늦잠을 잤다.
6시에 깨어났는데 그것도 아내가 오는 바람에 깼다.
몹시 피곤하였으나 왜 피;곤했는지도 모르게 잠들었었다.
그런데 생각하니 어제저녁에 망치질로 옥수수 두 판을 심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옥수수 밭에 가는 길에 고운 흙을 강가에서 파 가지고 사서 어제 심은 옥수수에는 북을 주듯 주었고 먼저 심은 옥수수에는 물을 주었다.
비가 오기를 기다리다가는 언제 비가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토요일에 비가 온다 해도 백 퍼센트 믿을게 못되어 일단 물을 주었다.

집에 돌아와 아침 식사를 하고 어머니 곁으로 가서 옥수수 밭에 물을 주고 왔다고 말씀드리니 잘했다고 말씀하시면서 옥수수 익으면 쪄가지고 아버지 보러 갈까 하신다.
그 말씀에 얼른 네 좋지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옥수수 좋아하시잖아요 하니 그래 내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신다.

그랬으면 좋겠다.
업고라도 갈 수 있으면 모시고 갔다 오면 좋겠다.
평생 아버지만 바라보고 살아오신 어머니, 그어 머니가 요즘은 농담도 하신다.
요양보호사 선생님이나 나나 며느리나 모두 엄마가 예쁘다고 하니 거짓말들 하지 말라며 그렇게 예쁘면 어디 가서 홀아비라도 한 사람 데려 오라고 하시어 모두를 웃게 만든다.

어쩔 수 없이 짓는 농사지만 이농사를 지어 어머니가 드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힘이 절로 난다.
정말 기원하듯 생각한다.
옥수수가 맛있게 영글어 그걸 따서 쪄 가지고 아버지에게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잘 씹지 못하여도 오물거리며 옥수수를 드시려고 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내 소원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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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emzzang, this post is incredibly touching! The image you've painted of your mother and your dedication to her is truly heartwarming. I was deeply moved by your description of tending to her needs in the middle of the night and your shared hope of bringing her homegrown corn to your father.

Your story beautifully captures the essence of family and the unwavering love that binds you. The simple act of watering the cornfield, fueled by the desire to nourish your mother and honor your father, is profoundly inspiring.

Thank you for sharing such a personal and meaningful glimpse into your life. I'm sure many readers will find solace and inspiration in your words. What variety of corn are you growing this year? Wishing you a bountiful harvest and strength in your endeavors.

옥수수 드실 거에요. 아드니 며느님이 이렇게 정성스러 모시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