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드시는 냉면steemCreated with Sketch.

in zzan •  15 days ago 

오늘은 일요일이라 아내가 집에 있는 날이다.
그렇다 보니 나보다는 아내가 어머니 옆에서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기도 하는 날이다.
그래 그런가 나는 긴장이 풀리고 눕기만 하면 잠에 빠진다.
오늘 오전이 그렇다.

어머니 옆에 같이 있다가 점심 챙기러 간 사이에 누웠는데 그사이에 깊은 잠에 빠졌는가 보다. 점심을 준비해서 가지고 왔는데 그사이 나는 소파에서 쿨쿨 잤다.
깊은 잠은 아니지만 잠에서 깨어났으니 좀 어벙한 상태에서 오늘 점심인 냉면을 먹는다.
시원하니 좋다.
어머니도 어이 시원해 좋다를 연발하시면서 맛있게 드신다.
젓가락도 나무젓가락으로 바꿔 드렸더니 잘 드신다.
한 손으로 냉면그릇을 들어 입에 가져다 대시고 한 손에 젓가락과 국물의 흘름을 이용하여 잘도 드신다.

어찌나 맛있게 드시는지 냉면 드실 때 보면 당장 일어나 걸어 다니실수도 있지 싶은데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제법 많은 양의 냉면을 드셨다.
배부르다 말씀하시면서도 다 드셨다.
물론 한 그릇은 안되지만 그래도 다른 날보더 많은 양을 드렸다.
육수도 많이 드셨다.

뭘 드실 때 좀 더 드시게 하는 방법은 배부르면 남기시라며 남기면 제가 먹으면 돼요, 하면 어머니는 가급적 다 드시려 한다.
환자가 먹던 거 먹으면 안 된다며 당신이 드시던걸 절대로 자식들이 먹는다고 해도 못 먹게 하신다.

그런데 그게 고맙기도 하지만 사실 송구한 말이기도 하다.
엄마가 먹던걸 자식이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 왠지 아니지 싶다.
물론 먹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생각하면 씹어서도 먹여 주시던 기억이 있다.
누구나 그런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늙었다 해서 그 어머니가 드시던걸 못 먹는다면 그건 아니지 싶다.

여하튼 많으면 남기세요, 제가 먹으면 돼요 하면 거의 다 드신다.
물론 애초에 가늠하여 적당히 드리니 터무니없이 드려놓고 다 드세요 하는 건 아니다.
뭐든 그렇지만 냉면을 드실 때 보면 어린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는 거 같다.
음료수를 드려도 마찬가지이다.
입모양을 아주 예쁘게 하며 빨대로 음료수를 마시는데 여간 귀여운 모습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한테도 이런 귀여운 모습이 있었나 싶게 어머니의 대한 새로운 발견을 많이 하게 된다.

오늘 새벽에도 음료수를 찾아 드렸는데 달게 드시는 모습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더군다나 요즘 감사하게 드는 생각은 몸은 비록 늙고 병들었지만 정신은 평상시와 다름없어 늘 말씀도 상대를 배려하여 말씀하시고 하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치매라도 걸리셨다면 돌봐 드린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안 오지만 매일 같이 오후 2시쯤에는 재가 복지센터에서 요양 보호사가 오신다. 그분 하고 어머니는 예쁜 아줌마 오셨네라며 얼마나 재미있게 지내시는지 모른다.
그분의 말씀이 어머니 같은 분은 연세는 드셨어도 이렇게 인정 있고 남을 이해하려는 긍정적인 분은 뵙기 어렵다면서 어머니를 만난 게 자신도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밤에 보면 금방 돌아가실 거 같고 낮에 보면 그래도 좀 더 기대를 해도 될 거 같아 감사하게 생각된다. 오늘 냉면 드시는 거 보니 몇 년 더 사시는 건 일도 아닐 거 같은데 제발 그렇기만 하면 더 바랄 게 없을 거 같다.
비록 늙고 병들어 병상에 계시지만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안식하시다가 아버지 곁으로 가시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냉면 이야기를 쓰다 보니 요즘 어머니한테 들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걸 이야기하려니 너무 길어진다.
하여 오늘은 여기서 줄여야겠다.
스티미언 여러분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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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emzzang, This post is truly heartwarming! The way you describe your mother enjoying her naengmyeon (cold noodles) is so vivid and touching. It's beautiful to see how much joy a simple meal can bring, and your appreciation for her spirit shines through every word.

It's also incredibly moving to hear about the caregiver's positive experience with your mother. Her kindness and understanding must make a world of difference. Your reflections on cherishing these moments and finding new appreciation for her are deeply resonant.

Thank you for sharing this personal glimpse into your life. It's a reminder to value the time we have with our loved ones. I'm sure many Steemians will connect with your heartfelt words. Wishing you and your family all the b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