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읽다보면 그 방대함과 등장인물들이 태생적이라할
가난과 한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조여들던 질곡과 아침이슬처럼 사라지던
영화와 권세의 덧없음이 씨실과 날실처럼 서로의 삶을 교차하고 드나들면서
강물처럼 흘러 물살이 나를 휘감았다.
오래 전에 삼국지를 세 번만 읽으면 세상사에 막힘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또 그와 비슷한 말을 들었다. 토지를 세 번만 정독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한다.
우리 문학의 금자탑이라 할 토지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석처럼 빛나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찾아온다.
윤씨 부인의 눈 가장자리에는 푸른 빛깔이 달무리 같이 드리워져 있었다. 눈 꼬리가 긴 그 속에 검은 동자는 움직일 줄 몰랐다.
십 년 이십 년 세월 동안 윤씨부인은 저울의 추였으며 은 편에도 기울 수 없는 양켠 먼 거리에 두 아들은 존재하고 있었다.
등잔불을 옆으로 받은 그의 얼굴, 불빛이 비친 반꼭과 그늘이 진 반쪽의 얼굴, 마치 수성(獸性)과 신성(神性)을 반반씩 지닌 것 같은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 토지 제2편 추적과 음모 9장, 과거의 거울에 비친 풍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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